날이 갈수록 도시에서는 차량이 안전하고 편하게 주차할 장소가 부족해지고 있다. 대신 무섭고, 복잡한 기계식 주차장이 늘어나고 있다. 기계식 주차장은 이제 부족한 주차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선택할 대안이 되었다. 한국주차안전기술원 자료에 따르면, 기계식 주차기는 전국적으로 2014년 1,170기 설치, 2015년 1,339기 설치, 2016년 1,588기 설치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사회 이슈화된 기계식 주차장 사고를 예방하고자 20대 이상의 주차면수를 가진 기계식 주차장은 관리인을 두도록 주차장법 및 시행령을 개정해 2016년 2월 12일부터 시행하였다.

2012년부터 2017년 5월까지 기계식 주차설비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자수는 123명이었다. 작업형태별로는 고장수리작업 31명, 주차작업 28명, 유지보수작업 15명 순이었다. 그리고 같은 기간 사고사망자수는 26명이었다. 고장수리작업 9명, 주차장치 외 소방배관 또는 지하펌프 교체작업 등 6명, 주차작업 5명, 유지보수작업 3명, 신규설치작업 2명, 점검작업 중에 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기계식 주차기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없도록 점검·수리·유지보수 작업자들과 이용자들이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주차설비가 안전하게 설계되고 완벽하게 설치되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러한 바람은 여전히 현실에서 이루기는 어렵다. 기계식 주차설비는 작업자든 이용자든 아직은 주의력을 있는 대로 집중해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정도로 무서운 기계장치일 뿐이다.

 기계식 주차설비에서 점검, 고장수리, 유지보수하는 작업자들은 ①작업하러 위험공간에 들어간 작업자들이 있다는 것을 주위에 반드시 알려야한다. 주차설비 조작반을 다른 사람이 조작하지 못하게 전원을 차단하고, 잠가야한다. 그렇게 할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이 조작하지 못하게 감시자를 배치하거나 최소한 작업 중이니 조작하지 말라는 안내표시라도 견고하게 붙여야한다.

 ②설비 가동방식에 대해 모르면 잘 아는 사람에게 문의하여 설명을 들어 완전히 파악하고, 작업계획을 서로 충분히 검토한 후 안전한 작업위치를 선정해 작업을 시작해야한다. 익숙한 장소, 익숙한 설비라도 예외적인 위험상황은 언제든 발생한다. 주차설비에서는 느닷없이 움직이는 부분 사이에 끼어 산재를 입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고가 없도록 조금 여유를 갖고 미리 대비하여야 한다.

 ③주차설비 내에서 안전한 작업발판을 선택했다고 믿더라도 갑자기 움직이는 설비로 인해 떨어져 다칠 수 있는 위치에서는 안전대를 사용해야한다. 안전모는 높은 장소에서 떨어질 때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만큼 머리를 보호하지 못한다. 안전대도 몸통 전체를 잡아주는 안전그네식 안전대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④위험한 공간에서 위험한 작업은 혼자 작업하지 말고 서로의 안전을 챙겨주고, 안전한 상황과 불안전한 상황에 대해 서로 신호해 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협업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한다.

 또한, 기계식 주차장 관리인은 설비에 익숙해지더라도 정해진 안전수칙에서 정하지 않은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설비에서 항상 예외는 발생한다. 이런 경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아진다. 설비에 문제가 생기면 관리인은 안전수칙이 정하는 대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유지보수업체 전문가들에게 연락해야 할 때는 반드시 연락하고 기다려야 한다.

 주차설비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관리인 또는 주차장 안내문이 지시하는 사항을 정확히 지켜주어야 한다. 바쁘다고 또는 잘 아는 설비라고 생각하여 안전수칙을 무시하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주차설비는 우리가 믿고 의지하고 싶은 수준만큼 안전하지 못하다. 차량으로 강하게 밀면 문짝이 밀리기도 하며, 센서와 안전장치는 수시로 고장 나 당황스러운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는 정도로 알아서 움직여 주는 것도 아니다. 안전하게 작동하는 설비를 만들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최소한 법규에서 요구하는 안전수준으로라도 관리 되고 있는 설비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설비도 있음을 유념하여야 한다.

 사람에게 맞춰 사람이 실수를 하더라도 알아서 사람을 지켜주는 그런 설비는 아직 현실이 아니다. 설비의 안전수준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가 더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 산업안전부장 김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