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서는 추락재해가 많이 발생한다. 매년 약 25,000명의 재해자 중 추락사고로 8,000여명의 근로자가 다치거나 사망하며 전체 사망자 500여명 중 추락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은 대략 250명이다. 건설업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은 추락재해가 원인이다.
우리는 흔히 추락사고를 ‘재래형 재해’라고 말하며 근로자의 부주의나 안전시설 미흡 등의 이유로 자주 발생한다고 여긴다. 필자는 재래형 재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우리사회에 만연한 잘못된 재해이지만 없애기 힘들다는 인식을 갖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추락사고가 기존의 안전관리 기법으로 예방될 수 있다면 그동안 정부와 사업장이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지속적으로 발생할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흔히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그 사람, 평소에는 안전하게 작업하다가 그날은 왜 그랬을까?”, “사업장에서 작업발판을 설치해주었으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라며 사망한 근로자나 사업장 관계자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근로자의 부주의나 건설현장의 안전시설만을 탓하는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추락재해를 예방할 수 없다. 추락사고는 단순한 재래형 재해가 아니라 시스템 오류에 의한 재해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안전경영과 문화’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이윤창출 뿐만 아니라 사회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안전보건경영’이란 최고경영자가 안전과 보건을 기업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인식하고 모든 구성원이 작업 중 위험요인을 미리 예측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서구의 선진국들도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들도 초기에는 안전시설을 설치하면 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안전시설 설치만으로는 추락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그 결과, 미리 위험요인을 예측하고 대책을 수립해 작업 중 근로자가 이를 준수하는 지속 가능한 안전관리기법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많이 회자되는 ‘위험성 평가’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은 이윤을 통해 영위된다. 최대의 이윤을 남기기 위해 이익은 높이고 손실은 줄여야 하지만 요즘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이 매출액을 높이거나 이익을 최대화시키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손실관리가 중요하다.
그렇다면 공사 중 사망사고 발생시 기업은 얼마나 손실을 입게 될까?
기업은 산업재해보상보험으로 근로자에게 보상비를 지급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유족들과의 협상비용, 법적소송에 따른 변호사 선임 비용, 공사 중지에 따른 관리 비용 등을 부담해야 한다. 이처럼 사고의 후속조치에도 직·간접적으로 비용이 소요된다.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직접 보상비보다는 소송비용과 같은 간접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아진다고 한다.
대체로 건설업체는 사망사고 발생 시 산재 보상비로 수 억원을 유족 보상비로 지불하는데, 간접비까지 포함하면 수 십 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안전보건경영과 안전문화 정착이 해답이다. 안전보건경영과 위험성 평가를 통해 기업은 재해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시 건설현장의 추락재해를 생각해보자. 작업 전에 위험요소를 예측해 철저한 대책을 수립하여 안전한 작업방법을 교육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건설사 최고경영자는 추락재해 예방을 기업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안전 메시지를 구성원에게 전달하여 노사 모두 가슴속에 생명보호에 대한 숭고한 마음이 깊이 새겨지도록 노력할 때 추락재해는 예방이 가능하다.
근로자 생명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기업문화가 정착되면 사회 구성원도 재해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도 이제 안전보건경영을 통해 안전사회를 구현해야 할 때다.
글 / 안전보건공단 서울지역본부 오병한 건설시스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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